[김수인의 직격 야구] 야구 선수로 사회에서 성공하는 법 - 스포츠한국

오늘은 독자 요청에 대한 답을 드릴까 합니다. 대학야구 선수 은퇴후,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는 A씨는 이 칼럼의 오래된 독자인데 야구 선수 출신은 은퇴후 어떤 장단점으로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고 성공한 이들은 누구인지를 물어 왔습니다. 먼저 A씨 본인 및 지인들의 경험담을 들어보죠.

*27세, 야구 경력 14년(대학원 스포츠심리학 전공)=배운 게 야구 기술밖에 없어 은퇴후 진로를 코치(지도자)로 정했다, 그러나 군 제대후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자고 마음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 대학교 시절 잠시 접했던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선수시절 익힌 체력이 공부 집중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선수시절 특이한 경험은 대학원 동료들에게 멘토링이 되고 있다.

*27세, 경력 10년(체육관련분야 직장인)=선수 시절 단체 생활이 직장 동료들과 유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간 쌓은 선후배간 인맥은 실제 업무에 크게 활용된다. 단점은, 운동외 아는 게 없어 사무직 전문성을 쌓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29세, 경력 17년(스포츠 지도자)=잘 아는 분야인 만큼 후배 양성에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 야구에 대한 애착심과 전문성을 이어가는 게 장점이다. 경험없이 일찍 지도자 길을 걸어,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를 왜 그간 안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25세, 경력 10년(개인 레슨장 훈련)=회원들에게 선수 시절 경험했던 실수, 고충과 좌절감들을 들려주며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의 단체 생활은 활발한 성격과 리더십을 갖추게 해 회원 관리를 잘 되게 한다.

*28세, 경력 10년(직업군인)=군대생활의 상하관계와 단체생활에 남들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군 생활 적응 못하는 신참들에게 멘토 역할을 잘하고 있다. 운동선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부담이 되고 있다.

*26세, 경력 10년(요식업)=단체생활에서 쌓은 자신감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분야지만 빠르게 적응했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운동 선수는 운동밖에 모른다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씻어내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고교 졸업후 대학 진학이나 프로 입단을 못하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프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야구 낭인’들이 해마다 수백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에게 위의 6인의 경험담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야구선수 출신으로서 야구 지도자(감독, 코치)및 야구 행정가 외에는 사회적으로 출세한 이들이 드물지만 귀감이 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작고한 장태영씨(1929~1999)는 경남중-고 시절 ‘초특급 좌완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입학 시험을 쳐서 당당히 서울대 상대에 합격했다. 육군 야구부와 상업은행 감독을 거치며 숱한 우승을 이뤄냈다. 은퇴후에는 상업은행(우리은행의 전신) 주요 지점장과 영남지역 본부장, 서울투자금융 상무와 감사를 역임해 ‘학업과 운동을 가장 잘 병행한 야구인'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71)은 고려대 야구부에 들어가며 체육학과에 입학했으나 1년 유급후 법학과로 재입학했다.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따 대학 강단에서 2년간 법학 강의를 한 바 있다.

1970년대 초반 경북고 전성시절 명 2루수였던 배대웅씨(68)는 실업야구 기업은행 시절의 인맥과 학맥을 활용, 대구 지역에서 사업을 잘하고 있다. 선린상고 시절 ‘야구 오빠 부대’의 원조였던 박노준씨(59)는 우석대 교수, 우리 히어로즈(키움 전신) 단장을 거친 데 이어 지난해 2월 안양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해 야구선수 출신 ‘1호 대학총장’의 기록을 세웠다.

야구 선수는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집중력이 강하다. 안타와 삼진을 다투는 투수와 타자의 치열한 두뇌싸움, 완벽한 몸놀림으로 이뤄내는 병살 플레이, 기민한 동작의 도루와 홈 송구 등을 익히기 때문이다. 은퇴후 타 종목 선수 출신보다 사회 적응이 빠른 이유가 아닐까. 본지 객원기자